2007년 3월 9일 금요일

[펌] 구글, 10년 전 넷스케이프의 링 위에 서서

구글, 10년 전 넷스케이프의 링 위에 서서
김국현(IT평론가)


10년 전. 여러분은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오늘이 주는 의미를 잊고 있다면, 가끔은 멈추어 걸어 온 길을 돌아 보기. 그 여유는 때때로 내일의 발자국을 위한 가늠이 된다. 그 때의 나, 그 때의 사회, 그 때의 추억 그리고 그 때의 열정.

1995년. 업계는 '시카고'(윈도우 95)에 알게 모르게 몰두하고 있었고, 넷스케이프가 열어젖힌 인터넷의 풍광에 남모를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바가 인터넷에 등장했고, 디카로 찍어 웹에 올리는 생활 패턴이 발견됐다. 공기에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많은 것이 변하고 있었고, 무언가 더 큰 변화가 임박했다는 느낌이 모두를 뒤덮었다.

그 느낌은 당시의 MS에게도 공평히 찾아왔다. 그들은 느낀 바 대로 주저하지 않고 움직였다. IT 역사에 길이 남을 대회군을 감행한 것이다. 1995년 12월의 Internet Strategy Day, MS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략을 뒤집고 인터넷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 날, 넷스케이프의 주가는 18% 하락한다.

그 후 그들의 역사는 이 결단의 결과이다. 브라우저 전쟁에서의 대승과 넷스케이프 침몰, 지루한 썬과의 법정 공방, 그리고 반독점 재판. 지난 10년, MS는 시련도 겪었지만 노회한 거물로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 낸다. 앙숙이던 썬과는 전격 화해했고, IBM과는 WS-I(Web services interoperability) 활동으로 새롭게 개화된 SOA의 리더십을 사이 좋게 나누어 가져 간다. 균형이란 이토록 평화로운 것이다. 밸런스가 무언가에 의해 깨어지기 전까지는.

그 무언가란 공교롭게도 또 다시 인터넷이다. 10년 전과 구분 짓기 위해서일까, 웹 2.0이라고도 불려지는 그 인터넷, 구글로 상징되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OS와 같은 컴퓨팅 플랫폼이 아닌, 컴퓨터의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 플랫폼. 인터넷이 다시 찾아 온 것이다.

2005년. 구글은 1995년 넷스케이프가 서 있던 링 위에 서 있다. 부담스러운 도전자일 것이다. MS조차 부인하지 않는다. MS는 이 달 'Windows Live'와 'Office Live'를 소개했다. RSS에 AJAX에...... MS의 핵심 제품들이 인터넷 플랫폼으로 올라 간다. 이런, 이게 무언가. 이 것은 구글에서 엿볼 수 있던, 구글스러운 웹의 미래상이 아니던가. 윈도우 비스타의 충격 요법 만으로는 조바심이 나나 보다. 그들은 이번에도 그렇게 느낀 바 대로 행동에 옮길 것이다. 구글어스와 버추얼어스만 보아도 알아 볼 수 있다. MS는 구글을 날카롭게 견제하고 있음을.

그러나 구글은 앞으로 벌여야 할 게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MS 역시 구글이 10년 전의 도전자와는 다른 상대임을 알고 있다. 넷스케이프는 선도자였지만, MS 위에서 싸워야 했다. 넷스케이프는 인터넷을 열어 주는 창이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윈도우 위에서 열어야 하는 창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그렇지 않다. 구글은 인터넷이라는 레드 오션에 뛰어 들었다. 구글은 모두들 더 이상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며 지나쳐 버린 그곳에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최후의 차이를 만드는 무엇을 극적으로 발휘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느긋하게 참여해서 극적으로 쟁취하기. 이런, 이것은 MS의 특기였다. MS로서는 모처럼의 호적수를 만난 셈이다. 구글은 어쩌면 MS를 닮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들은 다르지만 닮았다. 막대한 현금이 있다. 기술의 힘을 믿고 기술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 기술 지상주의다. 개발자 빼가기로 한바탕 소동을 벌일 정도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에 감화된 두터운 지지 계층이 주위에 버티고 있다. 모두 마켓셰어가 아닌 ‘마인드셰어’가 무언지 알고 있는 것이다.

MS에게는 충성스러운 개발자층이 두껍게 붙어 있다. 구글에게는 구글에 우호적인 블로거들이 빼곡하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구글이 손대면 달라 보이나 보다. D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구글 풍'으로 하면 뜨거운 유행 기술 AJAX가 된다. 이 '구글 스타일' 유행의 열풍은 MSDN보다 강력한 입소문으로 방방곡곡 퍼져나간다.

업그레이드되어 돌아 온 웹과 구글의 존재감은 MS의 결단을 다시 한번 시험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단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넷스케이프의 눈에 IE 2.0은 우스웠다. 그런데 지금 넷스케이프는 어디로 갔나. 넷웨어의 눈에 NT 3.0은 우스웠다. 그런데 지금 넷웨어는 어디에 있을까. 팜파일럿이 보기에 윈도우 CE는 우스웠다. 그런데 이제 팜에 윈도우가 깔린다. 워드퍼펙트나 로터스 1-2-3도 당대에는 무소불위 난공불락의 절대자였다.

희대의 일전을 앞 둔 링 위에서, MS와 구글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전쟁을 반추해 볼 무렵. 앞으로 10년 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