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9일 월요일

호의적으로 제안 거절하기

랭키닷컴 송정훈 컨설팅사업부장 ( ZDNet Korea )

컨설팅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 보니,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던 지난해와 달리 제안을 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아졌다. 특히, 컨설팅은 금액 단위가 크고 정보성 서비스이다 보니 거절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거절’에도 상당히 많은 유형이 있어서, 누군가의 거절은 몹시 기분이 언짢게 받아들여지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거절은 기분이 좋아져서 심지어는 그 회사에 필요한 다른 업체를 직접 소개해주게 되기도 한다.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첫째, 업계 내의 평판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작은 규모의 회사들로 구성된 인터넷 업계의 경우, 그 관계는 종적으로나 횡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여기서 단순히 제안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가 아니라, ‘담당자가 못난’ 회사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향후 원활한 비즈니스 관계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우리가 거절한 그 사람은 회사에서 한 발짝만 걸어나가면, 또는 회사의 모니터 앞에 앉기만 하면, 우리 상품에 대한 소비자가 된다. 악의를 품은 한 명의 소비자는 단지 한 명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더욱이 인터넷의 가공할 정보 유통력을 생각할 때, 이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리고 이는 한 회사의 ‘고객관(觀)’을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로 기능하기도 한다.

셋째, 시장에서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제안’을 둘러싼 ‘갑’과 ‘을’의 관계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안’을 매개로 해서 한 업체의 담당자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 앎 자체가 자신과 회사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이런 관계가 뒤바뀌어서 낭패를 본 사례도 업계 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제안을 호의적으로 거절하는 방법

1.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라.
상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할지라도, 제안서 내용 중 일부라도 얘기하면서 거절하는 것이 옳다. 그 제안서를 작성하는데 들어간 시간과 노고를 인정하고, 제안의 긍정성을 먼저 언급해 주는 게 좋다.

2. 제안 파트너로 지목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라.
제휴든 영업이든 그 대상이 된 것은 그 회사가 나름대로 쓸만하다는 징표다. 그리고 그들이 소요한 시간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

3. 거절의 이유와 표현은 명확히
거절의 이유는 상당히 많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해서, 회사의 정책과 맞지 않아서, 시스템 호환성이 없어서, 또는 상품성이 부족해서… 어쨌든, 이유를 명확히 얘기해주는 것은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피드백해주는 것이다(이 피드백만으로도 그 회사는 제안에 대한 일정한 소득을 얻은 셈이다).

그리고 ‘검토 중’과 같은 모호한 단어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지 마라.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통보의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상대방에게 또 다른 영업 또는 제휴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4. 제 2, 제3의 제안을 위한 통로를 열어 두라.
한번의 제안이 끝났다고 해서 그 회사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고, 그로 인해 양사가 모두 발전할 수 있는 모색의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

5. 끝까지 예의를 지켜라.
사실, 가장 잘 안 지켜지는 항목 중에 하나다. 스팸식의 전화 TM을 거절하는 것과 비즈니스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비즈니스는 또 다른 비즈니스를 낳을 수 있으며, 그 비즈니스는 한 회사에 전혀 다른 미래를 안겨주기도 한다.

랭키닷컴이 올해 초에 일본 진출에 대한 계약을 현지 업체와 꽤 좋은 조건으로 성사시켰다.

이 비즈니스는 아주 사소한 이메일 한 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1차 제안부터 바로 합의된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제안과 거절 그리고 역제안 속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사소한 메일 또는 전화 한 통. 그리고 비즈니스의 여지를 남겨 놓는 ‘합리적 거절’이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드는 토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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