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3일 금요일

[Mobile] 모바일 기기의 필수품, 배터리 이야기

휴대용 기기들은 현재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휴대전화부터 시작해서, PDA, PMP, 노트북 컴퓨터 등 많은 휴대용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계속 바꾸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바꾸어 갈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공간적 제약을 없애기 위해 휴대용 기기는 '필요충분조건' 그 자체이다.
휴대용 기기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 시간’이다. 아무리 작고 가볍고 쓰기 편하다 해도 사용 시간이 턱없이 짧다면 이 기기는 휴대용이라 할 수 없다. 언제나 전원 공급을 위해 콘센트를 찾아 다녀야 한다면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콘센트 주변 몇 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나 콘센트를 찾아 다니는 건 그 나름대로 피곤한 일이다.
휴대용 기기의 사용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소비 전력’과 ‘배터리 용량’ 이 그것이다. 이 두 요인은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발목을 잡고 잡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소비 전력이 크다면 배터리 용량이 크다 해도 사용 시간은 짧기 마련이고, 소비 전력이 아무리 작아도 배터리 용량이 작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뿐이다.
휴대용 기기의 발전에 있어 배터리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작고 가볍고 큰 용량의 배터리는 휴대용 기기의 크기와 무게, 사용 시간을 결정한다. 현재의 휴대전화가 ‘작아서 쓰기 힘든’ 수준까지 내려온 데는 배터리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들고 다니느 휴대폰을 비롯해 다양한 휴대용 기기가 모두 배터리 혁신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니켈' 계열 배터리
처음 갈바닉(Galvanic) 셀 형태의 화학 전지가 등장한 이래, 에너지 저장 용도로의 화학 전지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작은 용량과 열악한 휴대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많은 대체 소재의 연구 끝에 현재는 큰 용량과 함께 높은 휴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게 되었다.
화학 전지 업계에 또 한번 충격을 준 것은 충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인 ‘충전지’의 등장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전지는 단순히 한 방향으로의 화학 반응만이 가능하여 재충전이 불가능했던 데 반해, 이 충전지는 전압을 역방향으로 걸어 줄 경우 역반응을 유도하여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 1차 전지는 충전할 수 없는 전지를 나타내고, 2차 전지는 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일컫는다. 충전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는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지금은 당당히 주류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의 전자 기기들은 1차 전지보다는 2차 전지의 특성에 맞게 설계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2차 전지로는 니켈(Nickel)-금속수소(Metal Hydride) 기반 니켈 수소 배터리(Nickel Metal Hydride Battery)와 리튬산화물(Lithium Oxide)-탄소(Carbon)를 사용하는 리튬이온(Lithium Ion) 배터리가 있다. 이 배터리들은 현재 안정화된 제조 기술과 높은 에너지 효율로 상업적으로 가장 우수한 배터리이며, 휴대용 기기 뿐 아니라 수많은 용도로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 여전히 많이 쓰이는 '니켈 수소' 충전지
니켈 수소 배터리는 양극에 니켈 산화물, 음극에 수소 흡장합금을 사용하고, 전해액으로 수산화칼륨 수용액을 사용한다. 비교적 높은 에너지 저장 밀도를 지니고 있으며 내부저항이 낮아 대전류 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니켈-카드뮴 배터리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와 함께, 중금속 재료인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친환경적인 전지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500회 이상의 충방전이 가능하지만, 다소 높은 자가방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 30일 정도에서 약 60%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 자가방전 특성은 현재의 니켈수소 배터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AA 사이즈에서 2500mA가 넘어가는 배터리는 지나치게 에너지 밀도를 높인 나머지 배터리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심각한 자가방전 문제를 겪기도 했다.
니켈수소 배터리는 일반 전지가 들어가는 휴대용 기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통상 전지 전압은 1.5V지만, 이 전지들은 방전되면서 전압이 크게 떨어지므로 대부분의 기기에서는 1V 수준의 전압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니켈수소 배터리의 경우 1.2V의 전압을 가지지만 실제 전압은 1.3V 이상에서 완전 방전시에도 1V 이상의 전압을 내어 주므로 대부분의 휴대용 기기에서 무리 없이 사용된다.
휴대용 기기보다 훨씬 커다란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도 니켈 수소 배터리가 쓰인다. 다량의 배터리를 직렬, 병렬 접속시켜서 대용량을 구현하는데, 니켈 수소 배터리의 우수한 대용량 방전 특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로는 차량에 필요한 수준의 대용량 방전 특성을 만들어 내기가 사실상 힘들다.
초기의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도 니켈수소 배터리가 사용된 적이 있었다. 10년 이상 된 제품들의 배터리는 거의 예외없이 니켈수소 배터리가 사용되었으며, 만만치 않은 제품 무게와 그보다 더 무거운 배터리 무게 덕분에 흔히 그 시절의 휴대 전화는 ‘호신용 무기’ 혹은 ‘아령’과도 심심치 않게 비교되었다.
더 작고 더 강한, '리튬' 계열 배터리

▲ 최근 대세는 누가 뭐래도 '리튬' 계열 배터리.
요즘들어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2차 전지라면 누가 뭐래도 리튬 계열의 리튬 이온, 리튬 폴리머 배터리일 것이다. 대부분의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며, PDA, 카메라, PMP, 휴대용 게임기 등 대부분의 휴대용 기기에서 리튬 계열의 배터리가 사용된다.
리튬 계열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과 ‘용량’ 이다. 현재 상용화된 2차 전지 중 최상위권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의 무게 대비 용량을 가지고 있다. 가벼운 리튬 금속을 사용하므로 다소 무거운 니켈 계열 배터리에 비해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에 배터리의 소형화가 가능했고, 휴대용 기기들의 크기를 줄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고용량은 고전압에 기인한다. 소비전력은 전압과 전류량의 곱으로 이루어지며, 용량 또한 같은 1000mA 배터리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니켈 수소 배터리에 비해 두 배 이상이 가능하다. 또한 고전압이 필요한 경우 기존의 니켈 계열 배터리는 3개의 셀을 직렬 연결해야 했지만, 리튬 계열 배터리의 경우 단 하나의 셀로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에 코발트산 리튬을 사용하며, 음극에는 탄소 전극, 전해액으로는 유기용매에 전해질을 녹인 물질을 사용한다. 충전시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 이온이 이동하며 방전시에는 그 반대로 움직인다. 리튬 이온의 움직임만으로 전지가 이루어지므로 사이클 특성은 대단히 우수하며, 500회 이상의 충방전이 가능하다.
자가 방전이 적고 방전시의 전압 강하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자가 방전률은 10%/월 이하로, 일반적인 니켈 수소 배터리의 약 40%/월 에 이르는 방전률에 비하면 절반 이하이다. 또한 방전시 전압의 변화가 적어서 회로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으며, 제 용량을 다 찾아 쓸 수 있다는 데서 니켈 계열 배터리에 비해 우수하다.

▲ 괜히 리튬 이온 배터리의 케이스가 튼튼한 게 아니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사용하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치명적인 단점이 몇 가지 존재한다. 이 문제들의 대부분은 현재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 해결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도 분명 있다.
우선,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전해액이 배터리 밖으로 흘러 나와서는 안 된다. 이 전지에 사용되는 전해액과 리튬 이온은 공기 중에서 대단히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폭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종종 TV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파손 실험을 방영한 바 있으며, 결과는 언제나 화염을 내뿜으며 산화를 넘어 연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런 위험성이 있으므로,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케이스를 완전 밀봉이 가능하며 파손의 염려가 없을 정도의 재질로 만들어야 하고, 덧붙여서 제품에는 충격 주의 표시를 붙여야 하기도 했다. 이 케이스 덕분에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이론상 한계 두께는 4m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케이스의 단가 문제가 부각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런 폭발의 위험성은 배터리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기기 안에 내장하는 경우, 휴대용 기기들이 내뿜는 열 또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온도가 올라갈 경우 배터리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서 배터리가 변형되는 경우가 생기고, 심한 경우 배터리의 파손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이런 위험성 때문에 고온에서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지만, 내장 배터리의 현실은 권장 온도 이내에서의 사용을 언제나 맞춰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충전이나 방전에 있어서도 리튬 이온 배터리는 대단히 까다롭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시에 4.2V 정도의 고전압을 요구하며, 과충전 시에는 당연하게도 열역학 법칙에 따라 남는 에너지는 열 에너지 형태로 방출되게 된다.
이 경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배터리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또한 기전압 2.8V 이하까지 과방전할 경우 리튬 이온과 음극 집전체 표면에서 구리가 부식되기 시작하면서 성능이 대폭 떨어지는데, 이 경우 배터리가 크게 손상된다.
이런 점은 소비자가 체크하기에는 매우 까다롭다. 덕분에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에 별도의 제어 솔루션을 장착하여 과충전, 과방전과 배터리 잔량 체크까지 해결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하게도 배터리 크기의 증가와 함께 제조의 어려움과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된다.

▲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저 작은 크기 안에도 충분히 들어간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들의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최근에 등장한 리튬 폴리머 배터리이다. 두꺼운 케이스를 써야 했던 원인인 액체 전해질을 젤 타입의 고분자 폴리머 소재로 바꾸어서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배터리 케이스를 기존의 철제 케이스가 아니라 필름 소재로도 제작이 가능해져서 배터리의 두께는 대단히 얇아질 수 있었다. 또한 고온에서의 위험성도 대폭 낮아져서 배터리를 기기 안에 내장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전해질만 바꾸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질이 리튬 이온 배터리와 같다. 하지만 전해질을 고분자 재질로 바꿈으로 인해 케이스의 제약이 크게 완화되었으며, 케이스 파손시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폭발에 이르른 데 반해,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배터리가 ‘죽는’ 정도로 끝날 정도로 안정성 면에서도 개선이 있었다.
높아진 안정성과 함께 과충전, 과방전에서도 특성이 개선되어서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경우 과충전, 과방전 방지 회로를 장착하지 않고도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배터리의 소형화와 함께 단가 절감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들은 아직까지도 다소 고가이며, 대부분의 경우 배터리 관리에 필요한 회로를 모두 내장하고 있다.
한편, 액체 전해질에 비해 폴리머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순간적인 고출력이 필요한 경우의 성능이 떨어진다. 이는 액체와 고체에서의 이온 전도율의 물리적 한계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이제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 다다랐으며, 높은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사용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알고 쓰면 더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 사용법'
배터리는 엄연히 어느 정도의 수명을 가진 소모품이다. 그리고 이 수명은 사용자의 사용 습관에 따라 제 수명을 다 누릴 수도, 수명이 다 되기도 전에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배터리의 수명은 휴대용 기기들의 사용 시간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만만치 않은 배터리들의 가격은 금전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니켈 계열 배터리와 리튬 계열 배터리는 같은 2차 전지이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 이 두 배터리의 관리 방법 또한 완전히 다르며, 관리 방법에 따라 배터리의 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연하지만, 잘못된 배터리 사용 습관은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게 되며, 얼마 쓰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현재 많은 휴대용 기기들의 주력 배터리가 리튬 계열로 바뀌면서 이 배터리 관리법 또한 혼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리튬 계열 배터리들의 좋은 점은 널리 홍보된 바 있지만, 이 배터리들의 정확한 관리법은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도 서로 혼란이 있기도 했다. 게다가 니켈 계열 배터리와 리튬 계열 배터리의 관리법이 서로 상극에 가까운 것도 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 '메모리 효과'를 막기 위해 니켈 계열 충전기 중에는 '방전 기능'을 갖춘 것도 있다.
니켈 계열 배터리인 니켈 카드뮴, 혹은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크게 생각해야 할 것은 ‘메모리 효과’ 이다. 니켈 계열 2차 전지의 특징 중 하나인 메모리 효과는 얕은 심도의 충방전이 반복될 경우 방전전압 특성에 구간이 발생함과 동시에 작동전압이 떨어져, 결과적으로는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의 문제이다. 활물질로 사용되는 수산화니켈(NiOH)에서 OH가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고용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반응은 비가역적 반응이므로 한번 생성된 고용체는 다시 분해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배터리가 어느 정도 남은 상태에서 충전할 경우 고용체는 남은 용량 안에서 생성되며, 남은 만큼의 용량은 나중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현상은 니켈 카드뮴 배터리에서 심각하며, 니켈 수소 배터리는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산화 니켈을 사용하는 이상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니켈 계열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이 현상을 피하기 위해 충방전 사이클은 완전히 충전 후 완전히 사용하는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 여기서 생각해야 될 것은 ‘완전히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완전 방전’이라 불리는 개념과는 엄연히 다르다. 간혹 사용자들 중에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별도의 방법을 통해 말 그대로 ‘테스터로 찍어도 전압이 안나올 정도로’ 바닥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대단히 잘못된 습관이다.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게, 제품 레벨에서의 '방전'을 논의하는 경우는 통상적으로 배터리 레벨에서 잔량이 '0'이 되어서 기기가 완전히 꺼지는 수준이 아니다. 저전압을 체크하는 자가 회로가 작동해 가동이 차단되는 수준이나 테스터로 찍었을 때 0.95~1.0V 수준이 나올 정도로 방전된 경우를 충분히 완전히 사용된 것이라고 본다.
무리해서 과방전을 시킬 경우 당연히 배터리는 손상된다. 화학 반응이란 언제나 높은 안정도, 낮은 에너지 상태를 향해 움직인다. 충전 과정이란 이를 반대로 돌리는 것이고, 당연히 에너지가 외부에서 들어가야 한다. 충전 과정을 거치면서 배터리 내부에서는 환원 과정을 거치고, 에너지 균형은 다시 불안정 상태로 돌아가서 방전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배터리가 완전히 과방전된 경우 내부 물질들이 가진 에너지가 너무 작아져서 충전을 위해 에너지를 집어 넣는다 해도 충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충전기가 인가하는 에너지로는 환원 과정을 거치기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높은 에너지를 무턱대고 집어넣을 수는 없는데, 전극에서의 수소 가스 발생과 함께 폭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손쓸 도리 없이 그냥 버려야 하는 신세가 된다.

▲ 노트북 배터리는 평소 관리에도 최소한의 관심을 항상 기울여야 한다.
니켈 계열 배터리와 달리, 리튬 계열 배터리는 니켈 계열이 아니므로 메모리 효과가 없다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쓸 수는 없는데, 리튬 계열 배터리는 니켈 계열 배터리처럼 ‘완전히 충전 후 완전히 사용’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리튬 계열 배터리는 적당한 범위 안에서 충/방전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리튬 계열 배터리는 과충전, 과방전에 대단히 약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과충전시에는 배터리 팩 내의 압력 변화와 열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있으며, 무리한 과방전시에는 배터리 내부의 음극 집전체에 코팅되어 있던 구리의 전위가 구리와 리튬간의 산화 전위인 3.5V를 넘어서게 되면서 구리가 부식, 전극을 손상시키게 되는 문제가 있다.
전극이 손상된다면 다른 모든 요소에 관계 없이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과충전과 과방전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 이온, 리튬 폴리머 배터리들은 대부분 배터리 내부에 보호 회로를 가지고 있어서 과충전과 과방전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기가 꺼질 때까지 사용한다고 해도 이는 완전히 방전된 것이 아니라, ‘배터리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방전된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다.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는 해도 최대한 빨리 충전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완전히 사용한 상태에서 배터리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자연 방전으로 인한 과방전으로 배터리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쓰고 들어오면 바로바로 충전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또한 노트북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다중 셀 구성 배터리 팩의 경우엔 안전한 범위 안에서도 배터리를 다 소비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노트북 배터리 팩은 10V 이상을 사용하며, 이는 3개 이상의 셀을 직렬로 구성하여 만드는 것이다.
직렬 연결의 경우 손쉽게 큰 전압을 얻을 수 있지만, 배터리의 사용 시 셀 하나하나의 사용량을 정밀하게 컨트롤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겉으로 보기엔 배터리가 남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균형한 방전으로 일부 셀이 과방전에 의한 손상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 경고문이 그냥 '장식'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배터리들은 모두 사용에 있어 기본적으로 온도의 영향 또한 크다. 전지의 방전은 엄연한 화학 반응이며, 계의 에너지로 표현될 수 있는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전지들의 사용 가능 온도는 상온 기준에 맞춰져 있으며, 보통 시판되는 니켈 계열 전지의 경우 사용 온도는 0~50℃ 정도, 보존 시에는 -20~30℃ 정도가 최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엔 온도가 높을 경우 폭발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PMP 등에서의 배터리 손상의 경우 내부 부품들의 발열로 인해 배터리의 온도가 국부적일지라도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에 변형과 함께 심한 경우 폭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사용 온도는 40~50℃ 이내가 적당하다.
배터리의 사용 온도 문제는 사실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큰 문제가 된다. 최근 PMP나 PDA를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여름 차 안에 그냥 놔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한여름 차량 내부 온도는 100℃를 넘는 경우가 흔하며, 이럴 때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자칫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차량 안에는 배터리나 배터리 달린 제품은 두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다 쓴 배터리를 조금 더 쥐어 짜 보겠다고 냉장고에 넣거나, 충격을 줘서 사용하는 사용자가 예전에는 있었다. 이 경우 충격으로 인해 잠시 반응면의 변화로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위험이 더 큰 방법이니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식과 달리, 배터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은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 냉장고에 넣는 것을 통해 뭔가 화학적으로 변화가 오기를 바라기에는 상온과 냉장고의 온도 차가 작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이 저온 처리를 통해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상온과 절대온도 100도 가량은 나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냉장고와 상온의 차이는 기껏 해야 50도도 채 되지 않는다.
애초에 배터리 제조 회사가 배터리를 설계할 때 -20℃ 까지는 환경적으로 고려하여 설계하는지라, 냉장고 정도로는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 전극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 덕분에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배터리를 냉장고에 집어 넣는 일도 하지 않도록 하자. 만약 그러했다면 수분을 제거하는 건 꼭 신경 쓰자.
모바일 디바이스 세상의 수호자 '배터리'

▲ '배터리' 없이는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을 만끽할 수 없다.
시대의 대세는 이제 바야흐로 무선,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 또한 이에 맞춰 바뀌어 가고 있다. 모든 기기들이 손에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고, 선 없이 데이터를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장소의 제약을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이런 기기들의 전원을 책임지는 배터리가 있었다.
배터리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좁게 보면 현재의 리튬 이온이나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용량과 방전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넓게 보면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전지의 개발 또한 활발하다. 수소 기반의 연료 전지가 그 좋은 예다. 또한 현재 있는 솔루션들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제품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단, 이건 상업성에 대해서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숨가쁘게 바뀌는 IT 업계의 시선으로 보면, 배터리의 발전은 참으로 더디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수요에 따라 충실히, 빠르게 발전해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최소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 자원이 ‘전기’에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뀌기 전까지는 배터리가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올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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